형태계획을 설계과정에서 가장 나중으로 두는 것은 그것이 중요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형태계획이야말로 건축계획을 하는 이유이며 결과물을 고민하는 시간이다. 과장하자면 이제까지 계획과정에서의 모든 판단과 고민은 형태계획을 위한 조건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일 뿐이다. (평면계획이 중요하다고 하신 분 어디 가셨어요?)
대개 주위에서 설계가 잘 되었다고 회자되는 건물들은 형태계획이 잘 되었다는 이유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건축물의 최종적인 평가는 이 형태계획에서 이루어진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다만 후회 없는 형태계획을 하기 위해서는 형태를 구상하기 전에 그 조건을 면밀하게 따진 후에 형태계획에 임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준비운동 없이 바로 다이빙하면 수영하는 재미를 보기 전에 물맛만 실컷 보게된다.
건축물의 형태를 계획하는 과정은 연필로 사물을 스케치하는 것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윤곽을 먼저 그리고 서서히 세부적인 질감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건축물을 포장하기 위한 건축 마감재료를 결정하는 것은 형태계획의 맨 마지막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는 벽돌이 좋아요.’라고 미리 말하지 말자. 디자인에서 선입견을 갖는 것은 금물이다.
형태계획은 상상으로 하기보다는 축소모형이나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서 진행하는 것이 좋다. 건축사에게 평면을 입체적인 모습으로 보여달라고 요청할 필요가 있다. 모델링 화면을 보면서 볼륨-색상-재료의 순으로 건축사와 같이 토론하면서 결정해보자.
주의할 것은 이때 평면계획에서 고민한 공간적인 내용을 형태계획을 하면서 수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급적 형태를 위해서 평면계획을 바꾸지 않기를 바란다.
디자인을 논의할 때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시각적인 자료를 가지고 대화하는 것은 중요하다. 단순한 색상 하나만도 말로 설명하려고 하면 제대로 전달하기가 어렵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비슷한 건축물과 인터넷에서 참고할 수 있는 건축물을 검색해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자주 건축사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은 대화의 방법이다. 물론 비현실적이라는 말로 거부당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들이대시라. 그러면 점점 현실에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