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주의 건축
. 우리가 원하는 건축이 무엇이든 간에, 어떤 논의를 하던 그것에 관계없이.. 이 사회는 건축믈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덮어버린다. 홍보를 위한 글자는 점점 커져가고, 간판의 크기는 점점 건물의 크기와 같아진다. 건축의 숨통을 옥죄이는 저 거대한 포장지로부터 우리의 건축을 구할 방법이 없을까? 탐욕스런 인간의 민낯을 저렇게 부끄럽지 않게 드러내는 도시의 공간을 좀더 정제되고 아름답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이 사회를 지탱하는 바탕이라고 하더라도, 공공성을 전제로 하지 않은 외침은 너무나도 큰 소음으로 다가온다. 고층건물의 머리위에 돌아가는 이발소의 회전등을 보라, 세상을 구하고싶은 교회를 보라, 현대도시를 디자인하겠다는 바우하우스 미술학원의 외침을 보라..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점점 더 커져가는 간판 때문에 그 안에서는 꿈을 꿀수가 없다는 것을 저 꿈꾸는 땅은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