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0_카사봉봉
새 것과 오래된 것 / 카사봉봉
. 상도리에 낡은 집을 살려서 독채펜션을 하고 싶다고 찾아왔습니다. 제주민가에 관심이 많은 저에게는 흥미롭기도 한 주문이었지요.
현장에는 3칸의 주택과 쇠막으로 쓰였음직한 창고가 하나 있었습니다. 시멘트를 발라놓기는 했지만, 지붕틀을 보니 초가집의 구조에서 개조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전면에 큰구들과 작은 구들이 있는 전형적인 세칸 집이지만, 후면에 있는 것이 본래 정지였는지, 밖으로 통하는 출입구였는지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예전 하도리 민가를 조사했을 당시 정지가 별동으로 있고, 후면에는 정지로 동선이 연결되는 통로공간이 있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조사당시에는 이미 부엌으로 다 만들어져 있었지만요.
1410_카사봉봉 초기 생각
. 건축주는 외국생활을 많이 하였고, 실제로 남편은 프랑스인이었습니다. 둘다 제주의 돌집에 매력을 느껴서 가장 제주다운 느낌의 집이었으면 하는 것이 주문사항이었습니다.
공간은 매우 현대적 감각에 맞추었으면 하고, 외관은 제주의 옛모습이 담겨있는 까다로운 주문이었지요.
초기의 생각은 지붕을 높여서 박공을 세우고, 하부는 돌벽을. 그리고 벽의 상부는 유리로 돌아가는 형태를 생각했습니다.
중간 중간에 창을 내는 것보다 심플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지요. 물론 현실적인 문제를 따지기 전 초기 아이디어입니다.
본래의 구옥을 단층으로 한다는 생각은 당연하였지만,
건축주가 기거할 신옥의 경우 서로의 시선을 방해하지 않고, 경관을 관망하기에 좋도록 필로티구조의 주택을 제안했습니다.
이때 의외의 답변을 들었던 게 참으로 인상적이었는데그것은 주위의 대개의 집들이 일층집들인데, 그들을 2층에서 바라본다는 것이 좋지 않아보인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건축을 공부했다는 저보다도 훨씬 더 건축적인 배려가 있는 대답에 저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나중에 신옥의 일부는 2층으로 하였지만, 대부분의 주거공간을 1층에 배치하기로 한 생각은 유효하였습니다.
철거
. 구옥의 내부 부재들을 계속 유지할 수는없어서, 외부의 벽체를 제외하고는 모두 철거를 하였습니다. (경제성만 따진다면 돌을 새로 쌓는 것이 더 나을수도 있다는게..)
구옥은 워낙에 면적이 작은 규모여서, 그것만으로 주거공간을 만들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것이 두개의 동을 연결해서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또 외벽의 상태만으로 보아서는 창고로 되어있는 건물이 더 매력적이기도 했지요.
창고쪽으로는 방을 배치하고, 기존의 민가쪽으로는 주방과 거실을 만들어서,.. 출입하는 현관을 그 중간으로 배치해 보았습니다.
전체적인 형태와 배치의 밑그림이 완성되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전체 디자인을 통일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을 잘 못 느끼는것 같아요.
왜 똑 같은 옷을 입어야 하지? 왜 전체적인 분위기를 통일 시켜야 하지?… 군복입고 줄마춰서 행진하는 모습이 감동적인가?
. 이질적인 두개의 건물이 나란히 한 사이트에 병치된 모습으로 디자인은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각기의 디자인은 그리 과하지 않은 얌전한 모습이니까..
공사가 시작되고 건축주의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도면에는 표현 못하는 각종 재료에 대한 수배를 시작했습니다.
그 꼼꼼함에는 저도 혀를 내두르고 말았네요. 사실 도기나 내부 마감의 색상, 조명기구 이런 것들은 도면으로 표현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건축과 인테리어 과정은 구분해서 진행하지요. 하지만, 소규모의 대개의 건축에서 인테리어는 건축주의 몫으로 남게 됩니다.
벽돌 쌓기
구옥의 돌 벽 안쪽으로 조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조적을 하면서 보니, 구옥의 벽체가 상당히 많이 기울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인데, 과거에 기술자에 의존하지 않았던 민가건축을 지으면서 크기가 일정치도 않은 돌을 반듯하게 쌓았을리가 만무합니다.
조적벽과 돌벽의 벌어진 공간을 빈 공간으로 놔둘수 있다면 더욱 좋았을테지만, 조적하는 기술자들이 아무래도 불안하다고 해서 그 사이를 모르터로 전부 채웠습니다.
실내공간을 높이기 위해서 일반적인 트러스를 제작하지 않고, 경사진 형태의 구조물을 사용하였습니다. 제작하는데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다고 하네요.
신옥의 골조도 완성되었습니다. 일층에서는 1종단열재를 하였다가 2층에서는 2종단열재로 하라고 지적하였습니다.
공사가 까다로운 현장이라는 것을 시공자가 뒤늦게 알았다고 했지만, 불평없이 공사를 끝까지 책임지어주었습니다.
. 내부 단열을 기본적으로 아이소핑크를 연속적으로 하고, 다시 목재틀 사이로 스치로폴을 추가로 넣었습니다.
내부단열의 경우 지금 이 방법보다 더 나은 방법은 아직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부 문도 기성문을 사용하지 않고 모두 제작하였습니다.
긴 여정이 끝나고 공사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의미있는 과정이 되었습니다. 제주를 찾은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가 남는 펜션이 되었으면 합니다.
. 상도리 주택은 영화 ‘바람,바람,바람’의 배경으로 이용되었습니다. 영화를 찍으면서 약간의 외관변경도 있었지만.. 건물의 배경이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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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제주 건축사사무소 / Archijeju Architects / Jeju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