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집을 구상하는 순서

11. 집을 구상하는 순서 건축사 협회지에서 회원들에게 제안하는 중요한 화두 중에 하나가 계획설계의 비용을 제대로 받자는 주장입니다. 그게 주장이라고 하는 것은 비용을 받지 않고 계획설계를 해주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이겠지요. 계획설계는 흔히 ‘가설계’라는 말로 통용되기도 합니다.

최근에 관공서에서 받은 행정편람에도 가(假)설계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가설계는 본격적인 설계를 하기 전에 임시로 안(案)을 만들어보는 설계라는 의미입니다.

건축사협회에서는 가설계라는 말도 사용하지 말자고 합니다. 설계라는 것이 본래 무형의 지적작업인데 임시로 하는 설계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지요. 저 역시도 그 생각에는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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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신문에 실려있는 계획설계비를 제대로 받자는 내용과 공정한 설계경기를 부산건축사회가 하겠다고 하는 내용의 홍보. 계획설계비를 정상적으로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건축설계의 과정에서 계획설계가 갖는 의미와 비중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계획설계를 무료로 하지 말자고 하는 것은 그만큼 업무비중이 작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비용의 문제나 업무비중의 문제가 아닌 다른 이유로 무료로는 계획설계를 하지 않습니다. 물론 설계 계약을 하면 계획설계부터 시작하지요.

계획설계를 하지 않는 이유는 그게 무료로 해 줄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제가 이 책을 쓰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도 무료로 계획설계를 해 드릴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 가장 클 것입니다.

그만큼 계획설계가 갖는 의미와 과정이 의뢰인에게도 중요하고 건축사에게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계획설계안을 먼저 받아보고 싶은 것은 수많은 건축사들 중에서 누가 자신이 생각하고 바라는 집을 잘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는지를 계약 전에 확인하고 싶은 것이겠지요.

많은 오해 중의 하나가 계획설계를 하는 것은 건축사들은 늘 해오는 일이기 때문에 컴퓨터로 슥싹 슥싹 하면 금방 도면으로 만들어서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건축사사무소의 컴퓨터 속에는 다양한 도면들이 들어있어서 그중에 적당한 것 하나를 꺼내서 땅에 맞추어 늘리고 줄이기만 하면 되는 일 정도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사실은 그 생각에 부응하려고 고생하시는 건축사들도 많아요. 제발 현실은 그게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건축설계는 정신적인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계획설계를 제대로 한번 하고나면 탈진할 정도가 돼 버립니다.

초창기 사무실을 운영할 때 열심히 계획설계를 하고 미팅 전에 외관이미지를 홈페이지에 올렸더니 디자인이 자기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어서 미팅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전화를 받고는 황당했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걸 무료 서비스로 해달라고 하는 것은 그런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을 모르고 요구하는 것이지요. 점차 계획설계가 간단하지 않은 설계과정이라는 인식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여전히 간단하게 안을 잡아줄 수 있지 않느냐는 요구를 종종 듣습니다.

계획설계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현상설계라는 제도를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공공기관의 설계방식 중에 ‘현상설계 공모’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시설을 지으려고 할 때에 좋은 안을 제시하는 건축사에 설계권을 주는 방식이지요. 수개의 건축사사무소가 지원서를 제출하고 설계안을 며칠 동안 밤샘작업을 하면서 만들어 응모를 하게 됩니다.

그중에 가장 좋은 안을 심사해서 당선시키는 방식이지요. 최근에는 2등과 3등에게는 약간의  참가비를 주기도 합니다. 현상설계라고 하는 것은 결국 계획설계안을 심사해서 당선안을 뽑는 방식이지요.

인맥이나 가격경쟁을 통하지 않고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한다는 의미에서 현상설계는 건축사들에게 실력을 겨루는 장으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러면 현상설계의 문제는 무엇일까요? 간혹 현상설계 참가경험이 있는 건축사들은 공정한 심사에 의의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상설계의 핵심은 공정한 심사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하지만 저는 현상설계라는 방식 자체에 좋은 집을 만드는 데 적절치 못한 시스템이 숨어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현상설계에서 표출되는 것은 평면의 구성과 외관입니다. 설계자는 당선되기 위해서 당연히 멋있는 외관에 집중하게 되지요. 그러다보니 현상설계를 통해 완공된 건물들의 공통적인 점은 멋있는 외관에 비해서 내부 시설은 참으로 단촐하기 그지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당선되고 나면  당선안에 제시된 외관을 만들려고 외관 공사에 비용이 많이 들게 되고 한정된 예산으로 마무리를 하려다 보니 내부공사에는 비용을 아낄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또는 당선안이 제시한 수준을 따라가다 보니 초기에 제시되었던 예산을 훨씬 넘는 공사비가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습니다.

물론 현상설계에 공사비 예산이 조건으로 제시되지만 계획설계단계에서 공사비에 맞추어 설계하는 것도 그걸 심사할 때 제시된 예산으로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는 건축물인지 확인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일일히 사례를 들 수는 없지만 좋은 집이 되기 위한 조건을 고려할 때 우선순위를 외관에 두지 않는 저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현상설계에서 당선된 안이 실시설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현상설계의 원형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괴로워하는 건축사를 볼 때에도 이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설계경기를 통해 좋은 안을 뽑는다는 취지는 좋은 방식이지만 그 이후에 유연하게 현실의 문제를 대처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있는 제도입니다.

공사 예산의 문제, 저작권의 문제가 현상설계 결과를 융통성있게 조절할 수 없게 하면서 뒤늦게 발견되는 요구와 기능에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디자인에서 초기의 생각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건축물을 짓는 것처럼 복잡한 상황이 엮어지는 상황에서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초기 디자인이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인간의 사고는 그렇게 완벽한 것이 아니거든요. 한 두 달의 주어진 시간에 몇 백억 공사를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완벽한 계획설계를 한다는 것은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일이 아닐까요? 저는 사무실 안의 책상 배치를 정하는 데에도 몇 달을 이리 옮겼다가 저리 옮겼다가 하였습니다.

초기에 제출한 안의 수정을 자유롭게 할 수 없다는 점의 불편함은 설계자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상설계에서는 설계자도 제시한 안으로 당선되었으니 진행하는 과정에서 계획이 잘못 되었음을 알게 되었어도 쉬 디자인을 바꾸자고 할 수도 없습니다.

진행하는 과정에서 설계를 바꿀 수 있다고 한다면 같이 참여했다가 떨어진 설계자들은 얼마나 화가 나겠어요. 실력으로 승부한다는 점에서 매우 합리적인 방식처럼 보이는 현상설계가 현실적으로는 융통성이 없는 불합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계획설계를 하지 않는 이유는 위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설계 계약을 하지 않고 소위 가설계를 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에는 의뢰인 역시 무리하게 설계조건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곳 저곳 안을 받아보자고 생각했다면 자신이 원하는 집에 대한 생각을 가는 곳 마다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간략하게 방이 몇 개이고, 화장실과 드레스룸이 있었으면 좋겠고, 주방은 넓게 해달라는 정도의 요구로 가설계를 해달라고 요구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요구를 바탕으로 점쟁이처럼 나머지의 생활패턴은 상상해서 그려 본 계획 설계도면은 제가 보기에는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작성된 도면은 외형은 멋있게 디자인해서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평면구성에는 분명히 의뢰인의 생활을 담아내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평면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은 형태 역시 의미 없다는 뜻 입니다.

그런 식의 설계가 의미가 없다면 단지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한 목적만으로 열심히 작업할 수는 없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계획설계를 마치 현상설계를 하듯이 멋있는 안을 보여드려서 의뢰인을 현혹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은 좋은 집을 설계하는 방식으로는 매우 부적절합니다.

물론 건축사의 디자인능력을 확인하는 정도의 기여는 하리라고 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의미 있는 계획이 되려면 최소한 한 달 정도의 기간을 두고 건축사와 의뢰인 간 5회 이상의 미팅이나 의견 교환이 이루어져야 겨우 가능할 것입니다.

한 달 동안 5회 이상의 미팅을 하면서 가설계를 해달라고 한다면 설계를 제대로 한다는 차원에서는 옳은 얘기지만 그런 작업을 무료로 진행하기는 어렵겠지요? 그렇습니다. 그건 실제로 설계자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하는 건축사로서는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면 계획설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엇을 근거로 어떻게 설계계약을 할 수 있을까요? 사실은 건축사들도 이 문제 때문에 계획설계를 먼저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설계비를 객관적으로 정할 수 있는 기준이라는 것이 건축물의 구조와 용도 그리고 면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디자인의 집중도의 수준과 요구사항의 복잡성들도 고려는 해야겠지만 그것은 설계를 진행해 보기 전에는 판단하기 어려운 매우 주관적인 부분이지요.

때문에 계획을 해보기 전에는 건축사도 설계비를 어느 정도로 책정해야 할지 판단이 어렵기 마련입니다.

저는 참 이 부분이 흥미롭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건축사가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은 종이 몇 장이라는 분량이 아닌 디자인의 질을 판매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비용을 결정하고 계약해야하는 것은 디자인 과정과 결과를 알 수 없는 초기 단계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건축사사무소마다 책정하는 설계비가 다릅니다. 디자인을 의뢰하는 입장에서는 디자인 결과가 어느 수준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계약을 해야 한다는 것 모순이 있는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렇게 불합리한 소비를 강요받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저 역시 건축사가 아니었다면  ‘정말 이것들이 사기꾼이지. 내게 뭘 해줄 수 있는지 보여주지도 않고 계약을 하래.

그것도 일 이백만원도 아니고 말이야.’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정말 당연한 일이지요.

그래서 저는 세 가지의 변수에 대해서 고민하고 제안을 하기로 했습니다. 첫째는 제가 설계했던 것과 설계하는 과정에 대해서 최대한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제가 생각하는 건축과 관련된 여러 가지 생각들을 최대한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어쨋거나 의뢰인의 입장에서야 상품을 봐야 구매를 할 텐데 계획설계를 못해준다고 하면 이전에 설계 했던 것이라도 보여주어야 의뢰를 하시겠지요.

저는 별로 작품전과 같은 자리에 무엇을 제출하는 것을 잘 못하기는 하는데, 제게 일을 의뢰 할 분들을 위해서는 제가 했던 작업을 소개하고 알리는 작업은 의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것이 저희 사무실 홈페이지 입니다.

물론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건축사사무소는 여러 군데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와 비슷한 생각과 경험을 갖고 있는 분도 여러 군데가 있어 보입니다.

사실 제가 했던 모든 작업들이 다 자랑할 만한 것도 아니고, 또 시각적으로 뛰어난 작품성도 별로 없습니다.

그래도 쑥스럽지만 적극적으로 제가 하는 일과 생각을 보여줘야만 하겠다 싶은 것은 건축사가 어떤 성향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의뢰인에게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두번 째는 제가 설계를 잘 못하고 있다고 판단 될 때는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권리를 의뢰인에게 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원래 계약이라는 것은 계약불이행을 요구할 때에는 요구자가 위약금을 물어야 합니다. 때문에 계약이라는 것은 매우 신중한 절차이지요.

의뢰인 입장에서 가설계를 먼저 요구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일단 계약을 하고나면 파기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계약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상담을 하여보면 계획설계를 하는데 그만한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최소한의 비용이라도 받아야만 계획설계를 할 수 있다는 점에 대개 이성적으로는 동의를 합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목소리는 ‘남들은 다 해주는데…’라고 하는 망설임이지요. 그래서 저는 계획설계를 해주지 못하는 대신에 계약을 무리 없이 파기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계획설계비라는 것을 총 설계비의 20%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 정도의 비용을 받고 설계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의뢰인이 보기에 계획설계과정이 불성실해서 설계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하면 제가 받은 비용의 50%를 돌려주면서 계약을 파기하는 것으로 약속 하고 있습니다.

저의 과실을 인정하는 셈이기는 하지요. 물론 전액을 돌려주지 못하는 것은 계획설계하는 과정에서의 최소한의 비용을 보장하는 의미와 계획파기를 요구하는 것이 결코 한쪽만의 잘못은 아니라는 점을 주장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대개 이런 정도의 약속을 사전에 하고 진행하면 부담을 덜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제 생각을 주위의 건축사에게도 권유했더니 좋은 방법이라고 하더군요.

세번 째는 계약서를 두 번 작성한다는 것이지요. 초기의 예상면적과 예상구조만을 가지고 계약을 진행하다보면 계획과정에서 초기의 생각과는 다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제가 명확한 설계비 산정기준을 제시하고 그것을 근거로 변경되는 내용에 대해서는 정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지요.

애초의 예상보다 면적이 늘면 설계비를 증액하고 반대로 규모가 축소되면 설계비를 감액하기로 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기 위해서 저는 나름대로의 설계비의 산정 기준을 정해야만 했습니다.

설계비를 정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도 제주도에서 태어나서 자란 입장에서는 정해놓은 설계비를 고수한다는 것이 소위 사회적 인간관계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물론 정부에서 권장하는 설계비의 기준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관공서의 설계기준이며 현실적으로 일반인들이 집을 지을 때의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왜 그것을 일반인들의 집을 지을 때는 적용하기 못하는 지를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어찌되었건 저는 저대로의 설계비의 기준을 정하고 그것에 의해서 설계계약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맨 처음 상담할 때에 미리 설계비를 물어봐 주실 것을 권합니다. 상호 계약을 할 때에 비용의 지급에 대해 상호 합의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정서가 아직도 돈 얘기를 처음부터 하는 것이 매우 결례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조금 마음의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처음에 설계비에 대해서 이해를 하고 진행하는 것이 서로 좋은 일입니다.

그러면 계획설계의 진행과정에 대해 생각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계획설계의 과정을 정리해야 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설계를 저 혼자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진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혼자 하는 놀이가 아니라 두 세 명이 같이 하는 놀이에는 반드시 규칙이 필요합니다. 계획설계 역시 의뢰인과 건축사가 같이 진행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규정이 필요합니다.

물론 일반적인 건축설계의 프로세스 방법과 관련이 없지는 않지만 실무를 위하여 최대한 과정을 단순화하여 진행합니다.

계획설계의 맨 처음의 단계는 배치계획입니다. 건물의 배치는 계획의 측면에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결과는 매우 단순 할 수 있지만 마치 바둑에서 첫번 째의 바둑알을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전체의 흐름이 달라지는 것처럼 중요한 일이지요.

배치에는 의뢰인의 생각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마당을 어느 쪽에 둘 것인지 중요한 조망을 어느 쪽으로 생각하는지에 따라서 대지에서 건물이 놓일 자리가 판단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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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에 대한 기본생각을 이미지를 곁들여서 그림으로 그린 사례. 긴 문장보다 간결한 그림이 생각을 정확히 전달해주는 효과가 있다.

다음은 평면계획입니다. 평면계획은 건축사와 의뢰인이 거의 같은 비중을 가지고 논의를 하게 됩니다. 사실 건축사는 이때 입면을 조금씩 같이 고민합니다.

하지만 평면계획의 단계에서 입면을 논의하지는 않습니다. 오로지 공간의 구성과 동선만을 중심으로 고민하게 됩니다.

의뢰인은 자신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되도록 고민하여야 하고 건축사는 보편적인 기준에 의해서 공간을 접근하게 됩니다. 평면을 구성하는 것은 의뢰인의 독특한 생각을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편적인 해법을 이해하고 접근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의뢰인이 안방과 거실에서 같이 화장실을 쓸 수 있도록 해서 공간을 줄이고 싶다고 할 때 건축사는 그것이 실제로 공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되는지 혹은 사용함에 불편함이 있는 생각은 아닌지를 생각하고 설명해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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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이 그려온 평면을 바탕으로 새로운 공간구성을 그려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자신의 원하는 공간의 형태를 찾아가게된다.

평면구성이 어느 정도 완성이 되면 창호계획을 합니다. 처음 건축계획을 접하는 사람들은 창문의 계획을 외관에 맞추어서 어떻게 하면 예쁘게 보일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하지만 창문은 집을 예쁘게 보이려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내공간의 채광과 조망 그리고 환기를 위해 생겨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입면계획을 하기 전에 미리 적절하게 기능과 용도에 맞도록 창호계획을 하도록 논의 합니다. 이때에도 역시 의뢰인과 건축사는 특수해와 보편해를 가지고 대화를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의뢰인이 북쪽바다를 시원하게 조망하고 싶다고 주장할 때 건축사는 북쪽 창이 크면 단열에 불리하다는 점과 북쪽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합니다.

이 두 사람이 갖는 생각을 조율하고 선택을 후회 없이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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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계획을 하는 과정. 창호의 계획은 외관을 위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실내에서 필요한 환기와 채광 그리고 조망을 검토해야 한다. 외관에서 보이는 창호의 형태는 그 다음단계에서 검토되어진다.

창호계획이 마무리된 후에야 입면과 재료의 계획으로 대화를 하게 됩니다. 이때 창문을 다시 검토하기도 하지만 애초에 검토한 창호의 기능에 부합되는 범위에서 검토를 하게 됩니다.

입면과 재료의 계획에서는 지붕의 형태를 포함하여 건물의 외관 디자인을 진행합니다. 이렇게 해서 외관의 계획까지 합의에 이르게 되면 그제서야 계획설계를 마무리 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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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의 조건에 맞는 창호가 검토된 이후에 입면을 검토하면서 지붕의 형태, 건물의 재료, 추가되어야할 디자인 요소 등을 체크한다.

이렇게 계획설계에서 고민해야 할 내용들을 이해한다면 건축사에게 가설계를 한번 해달라고 하는 요청이 얼마나 무리한 요구인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단순히 방 세개에 화장실 두개가 있는 30평의 주택의 가설계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건축사에게 너무나 많은 상상과 가정을 전제로 디자인을 해 달라고 하는 것이며 그 집은 결코 의뢰인이 원하는 집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계획의 순서를 따라서 대화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창호계획을 하고 있는 단계에서 평면계획이 잘못 됐다고 하거나 배치가 잘못 됐다고 한다면 다시 돌아서가 계획과정의 순서를 다시 밟아야 합니다.

때문에 각 단계에서는 서두르지 말고 그 단계에서 해야 할 고민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전단계로 돌아가서 계획을 다시 정리하는 것을 피드백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피드백의 과정 또한 계획할 때 중요합니다. 하지만 단계별 고민을 집중하면 피드백을 해야 하는 수고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아주 뛰어난 천재적 능력을 갖고있는 건축사라면 배치와 평입단면의 계획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10년 이상을 건축계획을 해온 건축사에게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게다가 설계를 처음 접해보는 의뢰인을 설계에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건축사가 정해놓은 규칙과 안내를 따라 생각도 순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게는 집을 설계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것은 누구의 작품인지 그리고 누구의 소유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좋은 집을 구상하는 방법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진행되어야 하는지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조립해서 완성해야 할 장난감이 복잡할수록 부속을 순서대로 배열하고 천천히 하나씩 맞추어나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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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 Jeju
옛말에 '배는 짓고, 집은 사라'고 하였습니다. 그만큼 집을 짓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저희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건축설계와 관련한 정보를 최대한 제공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의 집을 만드는데 저희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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