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살림집 이야기 _ 네칸집

제주 살림집 이야기 _ 네칸집
 . 저는 건축이라는 것의 출발은 살림집에서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사람이 먹고 자고 대활를 나누면서 편안함을 느낄수 있는 곳이 살림집이며, 그 살림이라는 것이 바로 제주인의 생활세계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부락 올레

. 덕수리는 2006년에 주생활조사를 하였었다. 좀 오래되기는 하였지만, 산방산을 배경으로 하는 조용한 마을의 분위기는 아직도 여운이 남아있다.
동부락올레

. 그 중에 동부락 올레길에 면한 조사대상 구역이다. 덕수리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긴올레(개인 집안으로 들어가는 올레와 구분해서 공용으로 이용하는 골목을 긴올레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입구마다 팽나무가 거의 한 그루씩 심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이 동부락에도 그 입구에 나무가 한 그루 심어져 있었는데, 팽나무가 아닌 반도리낭이라고 했다.
. 왜 이것을 독특하다고 생각했는지는 사진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사진으로 보듯이 올레길목 바로 입구에 반도리낭에 의한 쉼터가 만들어져 있는데, 이런 나무그늘에는 반드시 앉아서 쉴 수 있도록 기단과 같은 공간이 같이 만들어진다. 육지의 정자와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이런 쉼터의 위치가 대개의 경우 마을의 중요한 교차로나 길목의 옆에 만들어지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그런 경우와 이렇게 입구에 만들어지는 경우는 조금 다르다. 그것은 올레에 의한 공동체의 결속력을 상징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히 이 쉼터는 휴게공간의 역할과 함께 영역을 구분짓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동부락올래입구에있는반도리낭

. 공동체의 형태를 이해하는 것은 주거공간을 이해하는 것과 조금 다른 문제일 수 있으나, 결국에는 공동체와 개인의 삶은 연결된다.

네칸집

. 서귀포에서 자란 필자도 어린시절에 네칸으로 된 옛 살림집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그래서 네칸으로 이루어진 제주 살림집에 별로 어색함이 없다. 네칸으로 된 살림집은 아래처럼 이해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4칸집

. 4칸의 살림집을 보면 정지와 상방 사이에 쳇방(챗방)이라는 공간이 있다. 쳇방은 주로 식사를 하는 공간이다. 이 쳇방의 존재는 제주민가가 3칸에서 4칸으로 분화하고 공간 기능이 세분화되는 것을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이다. 육지의 대청마루에 해당하는 상방과 구분하여 식사를 위주로 하는 쳇방이 별도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은 공간을 세심하게 분화시켰다는 것이 되기때문에, 3칸집의 민가에서는 볼 수 없는 발전된 형태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 이렇게 3칸집과 4칸집의 공간구조에서 새로이 등장하는 쳇방이라는 식사공간으로 인해, 4칸집은 통상 좀더 근대적인 형태로 설명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필자는 그것을 단정하여 말하려고 하기 보다는 지역에 따른 유형적 차이로 이해하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세칸집이나 네칸집이나 구들은 대개 2개를 갖고 있는 것이 보편적이다. 요새말로 치면 방두개짜리 아파트인 셈이다. 칸수가 더 늘었다고 해도 방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 덕수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옥의 구조는 더욱 특이하다. ‘ㄱ’자 모양으로 꺽여있는 정지(부엌)의 형태이다. 아직 쳇방으로 분화되지는 않았지만, 쳇방공간을 가지고 있는 정지의 형태임에 분명했다. 그리고 덕수리 주민들은 정지의 일부에 마른 새와 같은 것을 깔고 식사를 하고는 하였는데, 그곳을 ‘청방’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청방’은 위치로보나 기능으로 보나 ‘쳇방’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 정지에서 구획되지 않았던 ‘청방’이 여유가 생기면서 마루를 깔고 구체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진 것이 ‘쳇방’일 것이라는 추정은 상당한 근거를 갖는다. 아직 분화되지 않은 형태의 덕수리 가옥은 4칸집이라고 하기에는 3칸집에 더 가까운 특징을 갖는다. 정지만으로는 한칸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고, 작은 구들은 독립적인 한칸이기 보다는 정지칸 안에 있는 형태처럼 보인다. 김홍식은 이러한 구조를 ‘정지내형’이라고 구분하였다.

. 김홍식이 제주살림집의 유형을 구분할 때, 4칸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웃3알4칸형’이라고 한 데에는 평면의 가구 구조는 4칸형으로 보이는데, 지붕의 서까래는 세칸집과 마찬가지로 두군데의 대들보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몸체는 4칸집이고 지붕은 3칸집이라는 것이다. 제주의 살림집의 공간구조가 3칸집에서 분화되어 4칸집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목구조의 살림집의 성장은 멈추었다.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고, 전통적인 목구조는 트러스구조로 대체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동부락924

. 덕수리 동부락의 924번지와 906번지는 거의 유사한 공간구조를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특징적인 것이 ‘ㄱ’자 모양의 꺽인 정지이다. 네칸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는 마당에서 출입하는 정지의 입구공간이 반칸정도 밖에 안되는 좁은 공간이어서 처음에는 굴묵을 확장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윤00씨 ) 옛날 집은 다 여기 이서서, 마루방은 좀 크고, 옛날은 보통 세칸집, 잘사는 집은 한칸 더해가지고,.. 부엌-방-마루방-구들방 …. 큰방마루엔 허는가.. 부엌은 여기 땅이니까. 여기서 식사하는 거라. 쳇방에서.. 여기서 밥을 먹지…

질문] 초집일때 식사는 어디서 해수과
김씨 할머니] 정지에 보리낭 깔앙 먹었주… 배부리 아니머겅 살아서…개난 지금도 먹덩거 어디 버려불지 못허여…

000] 정지는 앞으로 출입허는 정지라낫주.. 옛날엔 구들 하나 빼끼 어서서,.. 그때 고랑케 구들이라고.. 정지 앞으로 고랑케 구들이엔 허여 옌날… 정지에 붙어서 정지 들어가는 입구에 왼쪽으로 조그맣게 .. 난방은 안허고.. 사람 자긴 잣지게.. 방이 족으민 거기서도 자고게…크기가…나도 다리 벋어밨는디 다리를 쫙 벗지 못허여.. 조그만 햇주게…. 옛날엔 하서…

덕수919

. 덕수리 919번지 평면을 보면(위) 정지와 작은 구들이 있는 공간의 크기나, 큰구들과 굴묵 그리고 고팡이 있는 공간의 크기가 거의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에 실측한 여러채의 집들이 공간크기 면에서 정지가 독립된 한칸의 규모를 가지고 있지 않고, 굴묵이 발전된 형태라고 생각이 들 정도에 불과했다.
. 정지의 꺽인부분이면서 상방(대청마루)에 면한 공간에는 고시락과 같은 마른 풀과 가지를 깔고 식사를 하는 공간이 있었는데, 이를 청방이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동일리3077-1

. 위는 대정읍 동일리의 민가를 실측하였던 평면이다. 물론 근대화의 과정을 통해서 많은 변형이 있었겠지만, 여기서는 정지(11)가 직사각형의 공간으로 한칸의 규모로 만들어져 있어서, 굴묵(13)이었던 공간과는 크기에서 차이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쳇방(10)이 완전히 분화된 공간으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가파도382-2

. 위는 가파도 민가를 실측한 것으로 역시 안거리의 정지는 직사각형의 평면구조를 하고 있으며, 찬방이 독립된 공간으로 분화가 되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네칸을 갖는 평면구조는 덕수리의 3칸의 평면구조에서 서서히 찬방(쳇방)이 분화되면서 주방공간이 확장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 여기서 다시 짚고 가야 할 것은 통상적으로 식사라는 것은 부엌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거실이나 대청마루등에서 하는 것인데, 여유가 생기면 식사만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제주민가의 변화과정을 보면, 쳇방이라고 하는 식사공간은 주로 정지에서 이루어졌던 식사과정이 정지와 연결된 새로운 공간으로 분화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새식으로 말하자면 아일랜드 식탁이 주방에 있었던 것이다.
. 제주의 4칸집이 지붕구조는 세칸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이러한 변화과정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청방이 따로 있었던 덕수리의 살림집은 세칸집이 분명하다. 왜 덕수리에서는 그 평면이 4칸집의 평면으로 진행되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대정이나 모슬포 그리고 서귀포와 가파도에 이르는 지역에서는 쳇방이 따로 있는 4칸의 평면은 안거리 평면에서는 매우 보편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
아키제주 건축사사무소 / 제주건축 / Archi Jeju Architects.

 

Archi Jeju
옛말에 '배는 짓고, 집은 사라'고 하였습니다. 그만큼 집을 짓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저희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건축설계와 관련한 정보를 최대한 제공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의 집을 만드는데 저희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Related St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