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6월 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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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인의 시간

제주인의 시간. 사람들은 시간을 어떻게 인지하기 시작하였을까?.. 시간을 기록하려고 하는 오래된 기록으로는 영국의 스토운헨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상상에 의한 해석이지만 스토운 헨지가 일년의 태양의 변화를 기록하기위한 장치라는 의견은 대체로 받아들여지는 논지이다. 태양의 변화를 기록함과 동시에 태양에 대한 숭배도 같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태양이 하루를 이동하면서 만들어내는 그림자의 변화는 시간을 감지하기에 매우 용이한 방법이다. 그림자를 이용하여 시계를 만들려는 구상은 시계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상상이다. 매일같이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하루의 시간을 표시하려는 시도는 아주 당연하다. 사실 서구의 광장이라는 것도 이러한 시간의 변화를 감지하기 좋은 공간구조이다. 적당한 크기의 공유된 공간의 가운데에 높다란 탑을 세우는 방식은 해시계를 확대한 것 같은 구조이다. 광장에 면하여 교회가 세워지고, 교회의 전면탑에 시계를 걸어두는 것은 광장과 시간이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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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24절기 또한 태양력에 근거한 날들이다. 본래 중국은 태양력과 태음력을 같이 사용하였다. 특히 농사를 짓는 사회에서는 일년의 계절변화를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였고, 그들의 시간은 태양의 변화를 중심으로 이해하게 된다.
인간이 시계를 만들고자하는 노력은 인지개념으로 가두어두려는 시도이다. 달력을 만들고, 절기를 기록하고, 시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시간을 정교하게 기록하여 사람의 머릿속에 가두어두려는 시도이다. 지금 전자시계화 된 사회에서 시간은 완전히 정복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누구를 만나려고 할때 서로의 약속이 단 1분도 차이가 나지 않는 지점으로 정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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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인의 시간은 그러한 태양중심의 시간과는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제주인의 삶은 물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단지 해양에 면한 섬이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가장 일상생활에서 이들을 괴롭힌 것은 식수와 생활용수를 구하는 일이었다. 제주의 용천수는 거의 90퍼센트 이상이 해안에서 솟아난다. 제주는 인위적으로 우물을 파서 식수를 구하기는 매우 어렵다. 지하수위가 깊기도 하고, 토질이 1미터도 못파서 암반이 드러나기 때문에 인력으로 우물을 팔 수 있는 지역이 한정되어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솟구치는 샘물에 의존해야하는데, 그 샘물의 대부분이 해안에 몰려있는 것이다. 때문에 해안가에 취락이 발달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용천수가 없는 지역에서는 소위 고인물이라는 봉천수에 의존하였다. 그런지역에서는 빗물을 모으기위한 필사적인 노력이 있어야 했다.
물을 구하기 위한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물이 솟아나는 해안가는 밀물과 썰물로 인해서 자꾸 지형이 바뀌기 때문이다. 식수를 얻기 위해서는 물통이 바닷물에 잠기기 전에 뜨러가야 하는 데, 그 시간이 일정하지가 않다. 그리고 물이 솟아나는 원리가 농도가 짙은 바닷물에 밀려서 위로 솟아나는 것인데 또한 바닷물이 너무 많이 빠질때에는 용천수 물통에서 물이 솟는 양이 줄어버리기도 한다. 때문에 물통을 사용하기 위한 적절한 시간이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시간대가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바닷물의 들어오고 나가는 물때를 이해해야 하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물이 빠졌다가 들어오는 시간이 매일같이 약 1시간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는 8시가 물을 뜨기 좋은 시간이라면, 내일은 9시가 물을 뜨기 좋은 시간인 것이다. 이렇게 물을 뜨는 시간이 매일같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날은 밭일을 하다가도 물을 뜨러갔다와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시간을 고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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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때는 당연히 달의 주기와 관련이 있다. 이러한 달의 주기를 사용한 음력을 바탕으로 제주인들은 물때를 이해하였다. 물을 길러갈때도 그러하였고 당연히 해녀들이 물질을 할 때도 그러하였다. 이렇게 고정하기 어려운 시간을 사람들은 손바닥의 열네마디를 이용해서 시간을 세고는 하였다. 제주인들은 손바닥안에 시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물때를 살피는 데에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시계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실제로 물때를 기준으로 생활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시간의 개념은 해녀들 이외에는 별로 중요하게 여져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간을 고정하기 어려운 이러한 변동이 심한 시간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농경민들이 생활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생겨난다. 제주인들의 세계관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이 유동적인 시간을 이해하는 법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건축사사무소 아키제주 / 제주 건축 / archijeju architects /jeju archit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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