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이 살림집을 짓게 되면 또한 새로이 장만할 것들이 많다. 침대며 텔레비전이며, 또 새로이 차를 구입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어쨋거나 이렇게 새로이 구입하는 것은 아직은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 계획하면서 결정하면 될 일이다.
충분히 사전에 고려해야 할 것은 이미 집안에서 쓰고 있는 물건들이다. 이 가운데 새로이 짓는 집에서도 사용할 물건들은 그 크기를 재어서 꼼꼼이 기록을 하기 바란다. 텔레비전, 냉장고, 책상, 책장 등 다시 집에 들여놓을 물건들은 크기를 적어서 건축사에게 전해주자. 특히 부피가 있는 냉장고와 책상 책장 등은 공간의 크기에도 영향을 주고 조명의 배치계획에도 영향을 준다.
공간은 사람을 위해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책상이 있으면 조명이 필요하고, 조명을 설치하려면 콘센트가 필요하다. 역시 침대를 설치 할 때에도 공간의 가로 세로의 크기에 영향을 준다. 버릴 것이 아니라면 모두 그것의 크기를 숫자로 적어보고 건축사에게 도면 안에 표현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게 좋겠다. 계획을 한다는 것은 그런 것을 예상하기 위한 것이다.
평소에 침대는 크기가 다 똑 같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는 다양한 크기의 침대가 있다. 우리 가족이 사용할 침대의 크기도 미리 판단하는 것이 좋다. 그것들이 모두 설계의 조건으로 작용한다. 최근에는 세탁기 외에 건조기도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게 되었고, 냉장고의 종류도 다양해져서 그런 가전제품이 있어야 할 자리를 고려하는 것도 설계의 조건이 되었다.
건축사의 입장에서 걱정 해야하는 것은 건축사도 경험하지 못한 건축주의 특수한 취향에 의한 장비들이다. 그런 것의 특징은 잘 알려주시는 것이 좋다. 필자의 경우는 골프를 치지 않기 때문에 미리 말해주지 않는다면 골프채를 둘 공간을 고려하지 않는다. 건축주도 그런 것 정도는 적당히 남는 공간 구석에 두면 되는 거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축 하는건데 기왕 한 번만 더 고민하면 골프채를 보관하는 공간을 현관 한쪽에 만들어두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사이즈를 재어서 건축사에게 툭 던져 보시기 바란다.
아, 잊을 뻔. 요새는 또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많아졌다. 그런 경우에도 계획시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다. 반려동물을 위한 특별한 문을 제작한다던가 특별한 공간을 배려해야 할 수도 있다. 이왕에 신축건물인데 반려동물에게도 맞춤 공간을 계획해주면 좋을 것이다.
이제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 것이다. 집을 설계해달라고 하기 위해서 설계의 조건을 챙기는 과정이다. 지금 우리 집에, 지금 나의 살림에 무엇이 있는지를 챙겨보자. 그리고 집을 계획할 때 그것을 고려할 수 있도록 건축사에게 요구하도록 하자. 설계의 조건은 미리 체크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