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의 표정 읽기

올레의 표정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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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리 서부락 개인올레

. 언제부턴가 제주의 관광콘텐츠로 ‘올렛길’이 열리면서, 제주 올레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다.
. 건축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제주의 올레는 관심을 가져볼 만한 독특한 공간이다. 하지만 독특하다는 것 만으로는 올레를 설명하기는 매우 부족하다. 때로는 올레를 왜 만들고 살았는지에서 부터 올레의 기능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강력하게 이거다라고 주장하기에는 난해함이 있다.
. 올레라고 부르는 길의 이름에도 한가지 형태로 국한되지 않는다. 개인집으로 들어가는 아주 사유화된 길목을 일반적으로 올레라고 한다. 왼쪽의 개인올레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제주의 살림집은 어떤 경우에도 주거공간의 입구에 간단히 대문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정공간을 걸어서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며, 그 길은 반드시 집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 어느정도 휘어돌아가는 형태를 갖추고 있다.
. 두번째로 올레라고 부르는 길은 수채의 집이 같이 공유하는 ‘막다른 골목’길을 올레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상에서는 특별히 이름을 구분하지 않는데, 양상호는 이를 구분하기 위해 ‘긴올레’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필자도 길을 구분하여 설명하기 위해서 ‘긴올레’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이다.

. 도시설계에서의 가로의 위계로 본다면, 긴올레는 ‘국지도로’에 해당될 것이다. 도로의 위계에서 가장 폭이 좁고, 주거공간과 직접 연결되는 도로망이다. 아래의 도판은 ‘하도리’의 신동마을의 일부를 실측한 것이다. 2006년에 하도리 마을의 주생활을 조사할 일이 있어서, 올레길의 일부 또한 실측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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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꺽이는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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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꺽이는 구간

. 위 도판에서 보듯이 긴올레에서 입구를 가지고 있는 집은 다섯집이다. 이렇게 다섯집이 같이 면해있는 골목길을 긴올레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면 긴 올레는 제주의 모든 지역에서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필자가 본 하도리의 긴올레의 모습은 길의 폭에 비해서 담장의 높이가 꽤 높아서 매우 폐쇄적인 구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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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의 사진은 당시 같이 조사하였던 안덕면 덕수리마을의 긴올레의 모습이다. 덕수리의 올레는 지나치는 사람이 고개를 내밀지 않아도 집안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을 정도로 낮은 모습을 하고 있다. 올레의 폭은 비슷하지만 담장의 높이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 필자는 하도리 올레의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 폭과 담장의 높이를 실측을 해 보았다. 올레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한 구차한 방법이 될 수도 있지만, 얼마나 꺽임이 빈번한지는 직선구간의 길이로 이해할 수 있고, 폐쇄성의 정도는 올레의 폭과 담장의 높이의 비례를 따져서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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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리 신동 올레의 조사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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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리 서부락 올레 조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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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리 서부락 올레와 살림집 평면

. 한편으로는 이렇게 숫자로 적는 올레의 폭과 길이 담장의 높이 등의 데이타가 올레의 의미를 이야기하는데 아무런 의미없는 조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근거를 가지지 못하고 감성에 호소하여 설명하는 올레의 아름다움이나 기능성에 대한 해석이나 설명이라는 것이 그 의미를 밝히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 아주 간단한 조사비교이지만,.올레의 폭과 담자의 높이의 비례를 보면, 덕수리에 비해 하도리의 올레가 상당히 폐쇄적인것을 알수 있다. 직선구간의 길이와 폭을 보면 하도리와 덕수리는 특징의 차이가 별로 없다. 실제로 차이를 많이 느끼게 하는 것은 담장의 높이임을 알 수 있다.
. 올레라고 해서 제주의 마을들이 다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하도리 뿐 아니라, 김녕과 동복과 같은 동네를 가면 매우 높은 담장의 폐쇄적인 올레를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덕수리처럼 대정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는 개방적인 올레를 경험할 수 있다.

. 여기서부터는 분명 해석의 문제가 따라온다. 때로는 섣부를 해석을 경계하기도 하지만, 적절한 해석을 자꾸 해주지 않으면 실체는 점차 미궁으로 들어가 수수께끼만 남을 뿐이다. 하도리처럼 북동부지역의 올레가 폐쇄적인 이유를 전근대 사회에서 왜구와 같은 외부 침입세력이 많아서 방어를 위한 장치였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역사적인 차원에서 그런 해석도 가능하다. 공간구조의 측면에서는 하도리를 비롯한 북동부지역의 마을의 집들은 매우 밀집되어있다. 주거공간의 밀집되었다는 도시와 같은 구조를 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는 서로를 개방하기에 심리적으로 불편했을 것이라는 상상은 가능하다. 그에 비한다면 대정을 중심으로 하는 남동부지역의 마을 구조는 집들이 꽤 여유있게 거리를 두고 지어져 있다. 어쩌면 긴올레 담장의 높이는 주거밀집도와 관련이 깊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 본다.

. 결론을 내리지 않고 올레에 대한 간단한 실측과 경험을 올려본다. 풍수적인 믿음, 역사적인 배경, 기능적인 이유 등 무엇으로도 적절한 설명을 끌어내는 것은 가능하다. 그 이전에 해야할 것은 실측한 데이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근거없이 해석을 먼저하려고 하는 것은 급하다고 생쌀을 씹어먹고서는 밥맛이 없다고 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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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제주 건축사사무소 / 제주건축 / Archi Jeju Architects.

 

Archi Jeju
옛말에 '배는 짓고, 집은 사라'고 하였습니다. 그만큼 집을 짓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저희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건축설계와 관련한 정보를 최대한 제공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의 집을 만드는데 저희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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