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프로그램

건물을 배치하기 위한 외부공간구상이 마무리 되었다면, 이제 구체적으로 건축물 내부공간을 구성하기 시작한다. 내부공간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외부공간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서 배치가 달라질 수도 있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실내의 공간구성을 준비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은 필요한 공간을 면적으로 정리해 보는 것이다. 설계는 생각을 그림과 숫자로 정리하는 일이다. 앞으로는 생각을 문학적인 표현으로 말하는 것을 자제해야한다. 평소에 사용하던 일상적인 언어습관은 건축공간을 가지고 대화를 하는데는 매우 부정확한 표현이 많다. 예를 들어서 좁아 보인다라던가 노란색이 좋다라던가 하는 표현을 숫자와 그림으로 표현하는 노력을 해야한다. 그 첫 번째 과정이 침실, 거실, 화장실, 주방과 같은 필요한 단위공간을 면적으로 정리해 보는 것이다. 이때 복도와 계단과 같은 불확실한 부분은 건축사의 도움을 받으시라.

이렇게 용도에 의해 필요한 실을 면적으로 정리하는 것을 스페이스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작고 단순해 보이는 살림집의 설계에서도 스페이스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보는 것은 평면구성을 잘하기 위한 기초적인 준비과정이다.

여기서는 살림집 설계를 염두에 두고 있으므로 살림집의 계획을 중심으로 기술할 것이다. 가장 기본적으로 공간의 크기를 정하기 위해서는 지금 생활하고 있는 집에서의 공간의 가로와 세로의 길이를 재어보고 그것을 기준으로 다음에 살 집에서의 공간의 크기를 적어보는 것이다. 이제 눈치를 채셨겠지만 건축자재상으로 가서 줄자를 하나 장만하시라. 가신김에 건축자재상을 이리저리 구경해보시는 것도 좋겠다. 이제 주변에 있는 건축자재상 하나쯤은 알아두시는 것도 좋다. 공간의 크기를 적을 때는 벽체 중심선이 기준이라는 것은 이미 앞에서 언급하였다. 무슨 말인가 싶으면 1부의 ‘공간의 크기’를 한 번만 다시 읽어주시라.

정부에서는 미터법을 기본으로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자(尺, 30㎝)와 평(坪, 3.3㎡)으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살림집의 계획에서는 주로 90센티미터의 모듈을 즐겨 사용한다. 90센티미터는 적당한 통로의 폭이기도 하다. 그리고 90센티미터 각의 정방형은 0.25평이 된다. 즉, 한 변이 1.8미터인 정사각의 공간이 한 평이다. 물론 면적의 표현은 제곱미터를 사용해도 된다. 처음에는 어려워 보이지만 줄자로 방과 거실과 화장실을 재면서 적어보면 익숙해진다. 한번 해보시기를 권한다. 내 집을 구상하기 위한 준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