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해안에는 ‘소라의성’으로 불리어지는 작은 건축물이 있다. 건축물대장에 1969년에 준공된 것으로 기록되어있는 이 건물은 어느 순간부터 김중업선생의 작품일 것이라는 추측으로 회자되고는 하였다.
그렇게 회자될 만큼 이 건물의 외형적 특징은 시대와 장소를 고려해 볼 때 매우 독특하다. 일단은 장소 부터가 일반인이 지을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고 여겨진다. 소정방폭포가 인근에 있는 낭떠러지위에 지어진 것도 그러하지만, 소정방 물줄기 건너편에는 이승만대통령의 별장이라고 불리어지는 목조의 건축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건축물의 유선적인 형태는 또한 매우 인상적이다. 서귀포라고하는 촌구석.. 1969년이라고 하는 시기에는 이층정도의 개인건물도 거의 보기 드믈기도 하였지만, 부드럽게 이어지는 원형과 곡선의 구조물은 지금도 선뜻 시공하기가 망설여지는 디자인이다. 이러한 유선적인 특징은 공중에서 촬영한 파라펫의 형태를 보면 더욱 그 인상이 강렬하다.
김중업선생이 제주대학교본관을 설계하고 준공 한 것이 1964년이고, 농과대학이 준공 한 것은 1966년 경으로 1960년대 후반의 선생의 제주도에 인연은 각별하다. 때문에 이런 시기적인 이유도 그 가능성을 더해준다.
유감인것은 이러한 가능성이 아무리 많아도, 증거는 되지 않는다. 도면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것을 김중업선생이 디자인했다고 증언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또 아니라고, 다른 건축사의 작품이라고 언급할 수 있는 그 다른 사람도 없다. 시기적으로 강점기도 아니고, 분명히 그 건물을 짓는데 참여한 사람이 있을텐데, 이런 추측으로 회자된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한 지역의 역사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료인데, 적극적으로 민관이 같이 조사를 해서 밝히는 것이 마땅할 것처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