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계획의 시작은 땅에 집의 위치를 결정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전통사회에서는 집을 지을 때 두 분야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왔다. 하나는 뼈대를 만들어주는 목수이고 다른 하나는 집의 좌향을 결정하는 지관이다. 배치계획은 지관이 했던 고민을 하는 시간이다.
건축계획의 첫 번째 과정으로 배치계획을 하는 이유는 배치가 모든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계획의 실패는 용서할 수 있어도 기획의 실패는 용서할 수 없다는 말처럼 ‘평면설계를 잘못한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배치를 잘못했다면 그것은 이미 실패한 설계’라고 할 수 있다.
짧은 시간에 건축상담을 통하여 의미 있는 정보를 얻으려고 한다면 먼저 대지의 지번을 알려주고 건물의 배치에 대해서 구체적인 토론을 하는 것만이 의미가 있다. 건물의 배치를 구상하는 것은 그 대지전체에 대한 이용계획을 구상하는 것이다. 대지가 넓을수록 배치계획은 중요하다. 건물의 외부공간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있어야 배치가 가능해진다.
위의 그림은 상도리에 살림집을 설계할 때 배치에 대한 생각을 건축주가 그려서 보내온 것이었다. 그림의 정확도는 떨어진다고 해도 진입로를 어디로 할지, 포장은 어느 쪽을 할지, 주차공간과 조경은 어떻게하는 게 좋을지에 대한 세세한 생각들이 드러나있다. 이런 그림 한 장이면 건축사와 배치에 대해 토론하기 위한 준비로는 충분하다.
배치계획의 단계에서 의뢰인은 건물의 위치에 영향을 줄 수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중심으로 건축사와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첫 번째로 대지로의 주출입구와 더불어 부출입구와 같은 대지의 진출입과 관련된 내용이 있다.
두 번째는 외부 공간 즉, 마당과 텃밭 그리고 놀이터와 주차장, 조경과 관련된 생각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건물에서 바라보는 전망과 햇볕이 드는 방향과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과 관련한 정보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배치계획을 현실적이고 효과적으로 하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 특별한 왕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배치계획을 하는 동안에 몇 번이고 건축사와 같이 직접 건축예정지를 찾아가서 현장에서 건축계획을 논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물론 건축사는 귀찮아할지도 모른다. 그럴땐 모른척 해야한다.)
건축사를 만나기 전에 먼저 땅에 서서 주인의 마음으로 주변을 돌아보시라. 무엇이 보이는가. 거실에 앉았을 때 창 밖으로 어떤 경관이 들어오기를 원하시는가. 마당은 또 어떤 모습이기를 원하는가. 주차를 어느쪽에 하고 텃밭은 어느 쪽에 둘 것인가? 아이들 놀이공간은 어디에 둘 것인가?
아마 끊었던 담배가 다시 그리워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