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3월 2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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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의 집

사람들은 의뢰만 하면 자신이 원하는 집을 건축사가 알아서 해주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점쟁이도 아닌 건축사가 건축주의 마음에 쏙 드는 그런 집을 알아서 설계할 수는 없다. 그런 기대는 애초에 안 하는게 좋다. 다만 건축주가 자신이 원하는 집이 어떤 집인지를 잘 설명해준다면 건축사는 그 요청을 바탕으로 집을 그려보기 시작할 것이다.

건축사가 기대하는 좋은 건축주는 어떤 사람일까? 건축사를 믿고 알아서 설계해달라고 디자인에 대한 모든 권한을 위임해주는 그런 사람일까? 그런 건축주는 거의 없기도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건축사를 전적으로 믿고 권한을 위임하는 건축주를 좋은 건축주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필자가 생각하는 좋은 건축주는 자신이 어떤 집을 원하는지 분명하게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아침 저녁으로 생각이 바뀌는 것도 사람인지라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단정적으로 말 할 수 있는 건축주는 거의 없다. 그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제 자기가 원하는 집이 어떤 모습이 될지 관심을 가지고 건축사와 토론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마음의 집을 그려보는 것은 건축사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건축사들은 유명 작가의 디자인에 감탄하면서 그것을 언젠가는 흉내라도 내보겠다고 결심하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고, 때로는 불가능한 사차원의 공간을 상상하면서 도면으로 그리다가 생각대로 안되어서 낙담하기도 하였을 것이다. 필자도 학창시절 미국의 위대한 근대건축가 프랭크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이라고 번역되어 불리던 멋진 건축물을 보면서 제주의 돈내코 계곡에 저 모습과 똑같이 설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주자연을 파괴하는 행위일 듯 해서 프랭크로이드 라이트가 살아돌아온다고 해도 말리고 싶어진다. 그렇게 상상하던 집을 구체화하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아니다.

집을 구상하면서 매번 갈등에 빠지게 되는 것은 이러한 마음에 쏙 드는 그런 집을 위한 선택의 과정이 건축사에게도 건축주에게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마 지금 당장에 서로 박수를 치면서 정말 마음에 든다고 했던 그 디자인이 내일 아침에는 영 마음에 안 들지도 모른다. 아니 내일 아침이 아니라 집을 다 짓고 나서야 이렇게 하지 말 것을 하고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영원히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야말로 꿈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후회를 줄일 수 있는 그런 노력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열심히 노력을 했는데도 후회되는 선택을 했다면 그건 스스로에게 덜 미안할 것이다. 그렇게 덜 미안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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