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코르뷔제 전시회..
. 르코르뷔제 전시회를 다녀왔습니다. 건축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그는 건축에서의 ‘상식’에 속합니다. 세세한것을 다 외울수는 없지만, 근대건축의 5원칙이라든가, 롱샹성당, 위니테다비다시옹, 샹디가르계획, 빌라사보아 등등의 작품과 작업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 근대건축의 선구자인 그에게는 많은 실패와 성공이 있습니다. 그것을 논하고 따져물을 시기는 어쩌면 점점 지나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또 새로운 시대에 와 있으니까요.
. 하지만 그의 영역을 넘나드는 열정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몇개의 작업만 보아도 그의 남다른 천재성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러한 그의 열정으로 인해 상처받은 건축의 역사 또한 생각하게 됩니다. 너무도 복잡하고 다양한 얼굴을 가졌던 그는 쉽게 모방할 수 있으면서도, 그 사고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점차 쉽지 않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 전시회의 부제인 ‘4평의 기적’이라는 것은 그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달라졌음을 보여줍니다. 조금 어울리지 않은 것은 그의 전시장에 안도다다오라는 일본 건축가를 같이 전시했다는 점입니다. 코르뷔제의 말년에 적당히 만족할 수 있는 건축공간이었다는 4평의 공간은 더럽게 깔끔떨었던 안도다다오의 노출콘크리트와는 어울리지 않는데 말입니다.
. 코르뷔제가 어려웠을 당시에 라로슈의 저택을 의뢰받았을 때 그가 한 말이라고 합니다. 지금 이 전시회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글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코르뷔제의 대표적인 건축가적인 망언을 적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건축가였던 그가 남긴 이러한 선언은 이후의 많은 건축가들에게 건축을 마치 건축가 개인의 작품인 것처럼, 건축주는 그저 건축가를 위해 자금을 대 주는 투자자에 불과한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 그의 건축은 매우 아름답고,계획은 놀랍고 치밀합니다. 그리고 근대건축의 정신은 건축가로 하여금 사회적인 건축을 하도록 독려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그가 ‘건축을 향하여’에서 외친 ‘건축이냐 혁명이냐’라는 문구는 근대건축이 지향하는 사회적인 역할에 대한 자각이 있습니다.
. 사회적 건축과 예술적 건축의 두 영역을 그는 다 잡아보려고 하였습니다. 틀림없이 그는 위대한 건축가였고 위대한 혁명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시대가 지나갔습니다. 다시 역사를 돌아보고, 인류가 걸어온 건축의 길을 다시 다른 눈으로 볼 때 입니다.
. 르코르뷔제의 열정을 돌아보면서, 한편으로는 존경스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의 우리가 걸어가야할 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그리고 그런 부지런함을 쫒아가지 못하는 스스로를 부끄럽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