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지을 때 도면이 왜 중요할까? 도면은 집을 짓기 위한 기준이 되는 안내서이다. 시공자는 도면에 있는 내용을 근거로 공사를 하게된다. 그러면 도면이 없이 집을 짓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과거에 도면이 없이도 집을 짓던 시절이 있었다. 복잡하지 않았던 서민들의 살림집 정도는 도면을 그리지 않고 단지 몇 칸집으로 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만으로도 목수가 집을 짓는 것이 가능했다. 지금은 그렇게 집의 형태를 말로 전달하기에는 너무 복잡해졌다.
하지만 아마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 도면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집을 짓는 안내서이기 때문이 아니라 집을 짓는 것을 허가받기 위한 용도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건축허가를 받는 행위 자체가 집을 짓는 절차가 된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건축법과 관련 법규에 맞게 작성된 도면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건축주가 원하는 집이 법규에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도 도면이 필요한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우리는 법치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법을 잘 지키고 살아가고는 있을까? 사실 법은 상식적인 윤리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이다. 윤리적인 내용 중에서 지키지 않으면 남에게 피해를 줄 것 같은 것을 법으로 정해서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평소의 생활에서의 법은 윤리적인 행동만 스스로 한다면 법을 어길 일이 거의 없다.
그런데 건축법을 지키는 것은 조금 다르다. 건폐율 용적률을 지키는 것도 조경면적을 지키는 것도 윤리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법 조문을 확인해야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공사하는 과정에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법적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면 사용승인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건축물을 짓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법적인 제약조건은 너무 많아서 그것을 하나씩 건축주가 확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이다.
집을 지어도 좋다는 건축허가를 받았다면 건물은 반드시 허가받은 내용대로 짓기를 바란다. 건축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도면과 다른 시공을 했다가 규정에 맞지 않아서 낭패를 보는 사례는 의외로 정말 많다. 현장에서 다양한 이유로 도면대로 짓지 못하고 변경 해야하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런 경우 반드시 건축사의 확인을 받기를 바란다. 그것은 단지 디자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소한 변경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이 법규를 위반하게 되어 사용승인 허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에도 준공시점에 마감재를 더 좋게 한다고 페인트마감을 건축주가 석재마감으로 바꾸었다가 사용승인을 못 받아서 비싼 비용을 들여서 공사한 돌들을 다 떼어내는 걸 본 적이 있다. 대지안의 공지규정인 대지경계선에서의 이격거리가 단지 10센티 부족하다는 게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