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소위 ‘빌라왕’이라고 하는 용어가 화두로 떠 올랐다. 임대용 주택을 1000채 이상을 가지고 있으면서 전세를 주었다가 부도가 나면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수백채의 집을 가지고 전세를 준 빌라왕이 한두명의 이상징후가 아닌 대규모의 사업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큰 문제가 되었다.
어떻게 이런일이 가능했을까? 빌라왕의 자산이 그렇게 몇백채의 집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자산가였다면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실제 부동산 금액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게 책정된 전세비가 문제였다. 전세금을 가지고 새로운 집을 구입할 수도 있었으니, 빌라왕의 실제 자산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은행 금리가 높아지면서 빌라왕의 자금 회전에 문제가 생긴것이 지금의 사태가 수면위로 떠오르게 된 원인이된 것으로 보인다.
전세라는 것은 몫돈을 맡겨놓고, 그 이자수익으로 임대료를 대신하는 방식이다. 전세의 이자수익이 은행 이자수익보다 낫다는 생각에 은행에 돈을 맡기지 않고 전세금으로 맡겨놓고 비용을 아껴보자는 임차인의 생각을 이용한 것이 전세라는 것이다.
하지만 숫자는 너무도 냉정한 것이다. 개인의 수익율이 은행이자를 항상 앞설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에는 지금처럼 은행이자가 높을때에는 전세자금의 수익으로 은행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부동산을 모두 자기 자본으로 마련한게 아니므로, 결국 은행과의 싸움에서 진 것이다.)
제주도에는 전세라는 개념보다는 주로 년세라는 개념이 우세하다. 제주도에만 년세라는 임대방식이 유행한 것은 아마도 독특한 ‘신구간’이라는 풍속이 원인이었을 것이다. 일년중에 집을 빌리는 기간이 거의 약속이나 한 것처럼 1월말 경인 신구간 (대한후 5일부터 입춘 3일전까지 기간, 통상 1월말 일주일정도이다.)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임대인은 1년을 기준으로 임대계약을 해주기를 요구한다.
통상 육지에서 이루어지는 월세라는 것은 매월 임대계약을 갱신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임대인이나 임차인이나 임대기간에 대한 보증이 되지 않아서 불안감을 가지게 된다. 반면에 일년을 단위로 계약하는 것은 임대인 역시 몫돈을 받는 다는 점에서, 임차인은 임대기간을 보증받는다는 점에서 안정적이다.
전세라는 몫돈을 임대료로 맡기기보다는 재미있는 제주인의 년세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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