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계획이라는 것은 수학과 같이 정답을 추구하는 논리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변수가 많은 다양한 감각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각만으로 공간계획을 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공간계획은 정답이 없다고 해도 항상 논리적인 이유를 따지면서 풀어나가야 한다는 점에서는 수학과 비슷하다.
여기서의 공간계획은 대부분 평면계획에 해당한다. 하지만 평면계획이라는 것이 이름과는 달리 공간적이고 입체적인 문제를 포함하여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공간계획이라고 하고 있다. 원칙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지만 공간계획시 주의했으면 하는 기본적인 생각을 적어본다.
첫 번째, 효율적인 공간계획을 위해서는 출입구의 위치를 서로 가까이 두는 것이 좋다. 출입구를 가까이 두는 것은 적은 면적 안에서 많은 유효공간을 만드는 방법이다. 보이지 않는 동선은 문과 문으로 이어져있다. 동선으로 이용되는 공간이 적을수록 목적을 가지고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공간이 많아진다.
두 번째, 공사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벽체 길이의 총합이 짧도록 계획하는 것이 좋다. 공사비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조건이다. 자재비는 물량에 단가를 곱하는 형식으로 구한다. 그래서 물량이 적을수록 자재비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면적이 같더라도 벽체 길이가 길다면 당연히 공사비는 증가한다.
세 번째, 공간을 구상할 때는 반드시 벽두께와 마감으로 인해서 줄어드는 치수를 고려하여야 한다. 1부에서 이미 언급하였지만 재차 강조해본다. 벽 두께를 고려하지 않고 계획을 하였다면 오랜 시간을 들여서 고민하였던 것을 전부 폐기하고 다시 계획을 해야한다. 반대로 내부 마감재의 물량을 뽑을 때는 내부치수로 산출하는 것이 좋다. 특히 타일과 같은 단가가 높은 부분에서는 중심선으로 산출하는 것과 차이가 많이 날 수 있다.
네 번째,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통상적인 공법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사방법이야 말로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가장 효율적이라고 입증된 방식이다. 특별하거나 독창적인 시공 방법은 항상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하기도 하고 예측 못한 하자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먼저 선구자가 되려고 할 필요는 없다.
다섯 번째, 특히 평면계획의 과정에서는 절대 입면이나 형태에 대해서 고민하거나 예상하지 말자. 평면계획에서는 오로지 모든 생각을 공간의 기능적인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여기서의 공간의 기능이란 동선의 문제, 면적의 문제, 가구배치의 문제, 적절한 창호의 위치와 폭의 문제 등을 포함한다. 이 외에도 기능적인 문제해결 이상으로 정서적인 부분이나 개인적인 취향과 관련한 부분까지 평면계획에서 같이 고민해야 한다. 이를 입면이나 형태에까지 결부시켜서 고민하는 것은 처음으로 집을 지어보려는 건축주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건축사와 공간계획을 같이 해보기 위해서 이 정도의 생각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집을 구상하고 짓는 것은 취미 삼아 해보는 도전과 같은 것이 아니다. 많은 비용을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경제활동이다. 건축자재를 하나 잘 못 선택하면 단지 후회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만한 비용이 지출되어야 한다. 좋은 계획과정은 그런 실수를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솔직히 실수를 없앨 수 있다고는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