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설계는 도면으로 건축물을 그리기 전에 개략적으로 면적을 확인하고 기본도면을 그려보는 것을 말한다. 건축설계에서 기본도면이라 함은 평면도, 입면도, 단면도를 말한다. 2부에서 소개하는 설계과정의 모든 것이 계획설계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설계는 도면을 그리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것은 제도이지 설계가 아니다. 설계를 한다는 것은 집을 어떤 형태로 지을지를 구상하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며 이는 다른 말로 계획을 잡는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계획설계를 한다는 말과 설계를 한다는 말은 그냥 같은 말이다.
설계의 과정은 디자인을 하는 과정이 있고, 디자인을 구체화하기 위해 기술적인 검토를 하는 과정이 있다. 설계자와 시공자가 나뉘어있는 것처럼 집을 디자인하는 과정과 기술적인 검토를 하는 과정은 또 분야가 다르다. 계획설계가 집을 디자인하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라면, 우리가 설계라고 하는 것은 계획설계를 말하는 것이다.
최근에도 가설계를 먼저 해주면 안 되겠냐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가설계? 아직도 익숙치 않은 용어인데 아마도 계획설계를 말하는 것일 것이다. 계획설계를 먼저 해주는 것은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설계를 먼저 해달라는 말과 다르지않다.
‘가설계를 받아보니까요.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른 안을 또 받아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죄송합니다. 저희는 가설계는 안하구요. 설계계약을 하시면 계획설계를 진행합니다. 계획안이 도무지 마음에 안 드시면 그때 설계 진행을 멈추시면 되요.’
계획설계안을 보고 나서 설계계약을 하겠다는 것은 건축사의 입장으로 말하자면 음식 맛을 보고나서 식사비를 계산하겠다는 것과 같다. 계획설계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설계를 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 간단하게 작성할 수 있는 것이라면 금방 해 드리고 설계계약을 하면 좋을 일이지만 필자의 주변에 나름 성실한 건축사들도 그렇게 금방 계획안을 만들어줄 만큼 뛰어나지 못하다.
좋은 요리사야 음식을 먹어보고 찾아볼 수 있겠지만 마음이 맞는 건축사를 찾아서 매번 설계를 의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가설계안을 받아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가설계를 선뜻 해주겠다는 건축사를 열심히 찾아서 안을 받아보는 것보다 본인의 취향에 맞는 건축사를 찾는 데 공을 들이기를 권한다. 그런 후에 시간을 두고 건축사와 같이 계획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혹여 건축사의 계획안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를 위해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