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고민스러운 순간..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가장 고민스러운 순간… 3일전에 가까이 지내는 후배 건축사랑 맥주한잔 할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둘이 공통적으로 힘들어하는 순간이 있었다. 그것은 일을 따거나 설계를 하는 과정이 아니라, 설계가 다 끝나고 나서 시공자를 선정하는 일이었다. 그것과 비슷한 상황이 건축주가 땅을 사려고 하는 순간에 건축이 가능한지 물어올 때이기도 하다.
물론 상담을 하는 이는 건축사가 일반인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물어보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다. 땅을 사는 거야 공인중개사의 일이고, 집을 짓는 거야 건설회사 혹은 시공자의 몫인데, 어찌보면 건축사가 이러한 문의에 책임지고 대답을 해 주어야 할 의무는 없다. …. 하지만, 어디 사람사는 일이 그런가, 어떻게 인연이 엮어지다 보면, 늬 일 내 일이 따로 없이 조언을 해주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그런데, 제주도는 서울같은 대도시와 다른 것이, 건축허가가 불가능하게 되어있거나, 일반적이지 않게 재산권의 제한을 받는 땅들이 있다는 점이다. 건축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어느만큼 지을 수 있는 지를 묻는 대도시의 문의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 땅을 사려는 사람에게 정말 책임을 회피하면서 해 줄수 있는 조언은 모든 행정부서를 직접 찾아가라는 조언이다. 간혹은 심지어 공무원이 구두로 건축가능하다고 한 땅이 막상 허가시점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그만큼 위험율이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경치좋은데는 더욱 위험율이 높다.
두번째의 경우 시공자를 선정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건축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서류적으로 제시한 내역이 문제가 없는지, 그리고 중도금은 적절하게 지급되도록 계약서가 작성되어있는 지를 알 뿐이지, 그 회사가 건실한지 내부적인 문제는 없는지, 건설사 대표가 책임감이 있는 사람인지 어쩐지야 알 도리가 없다. 하지만,.. 정말 믿을만하다고 생각해서 건설사를 소개해 주었다가 건설사가 부도를 내는 바람에 금전적인 책임을 요구받은 적이 있다는 동료건축사의 이야기를 듣고나면 절대 누구를 소개해주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제발 설계만 열심히 하면 다른 걱정은 안해도 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너무 부동산을 둘러싼 판이 불안정해서,… 건축사인 내가 ‘가능하다면, 집을 짓지 말고 사시라.’고 권하고 싶을 지경이다. … 요새는 많은 건축주들이 자기가 직접 짓겠다는 말을 하고는 한다. 주위에서 그렇게 분리발주해서 짓는 것을 보았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잘 되었을때의 이야기이고, 이 역시 너무도 골치아파서 힘들었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게다가 혹 현장에서 인사사고라도 날까봐 불안할 때도 있고,..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마신 맥주가 15캔이 되었다. 결론은 …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