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무구포,거무구안’은 (군자는) 식사를 함에 있어서 배부름을 추구하지 않고, 기거함에 있어서 편안함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논어 ‘학이’편에 있는 구절이다.
건축설계를 하는 사람으로서, 집을 설계한다는 것은 편안함을 위한 것이다. 불편한 집을 상상하면서 디자인을 하지는 않는다. 요리사가 음식을 만들 때에 역시 즐거운 식사만을 생각하며, 맛있다고 미소지으면서 좋아하는 식객을 상상하고 있을 것이다. 공자의 이 말씀은 역시 누리는 자의 입장에서의 말이다. 그것을 만들고 준비하는 입장에서 하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구구 절절 감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집이라는 것은 결국 사물일 뿐이다. 그것이 내게 만족을 주는가하는 것은 감성의 문제이다. 디자인을 할때는 늘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감성에 대해서 고민도 하고 고려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적정수준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끝없이 새로운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도 하나의 욕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편안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은 좋은 건축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여유로운 마음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나는 설계를 잘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때로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세상은 완벽하지 않다. 그것은 감히 하느님이 만드신 이 세상마저도 완벽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는 곤란하다. 그 모자람을 여유있게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하다. ‘居無求安’의 마음으로 말이다.
물론 공자님의 뜻과는 다른 이야기겠지만.
2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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